액션이야, 로맨스야, 로드무비야~ 정체성을 잃은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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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 차승원, 한지혜, 백성현이 출현한
이준익 감독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등장인물 캐릭터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에 천부적인 소질을 가진 이준익 감독

이준익 감독 영화들은 주인공 한명이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게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형태가 많습니다.

왕의 남자에서는 장생(감우성), 공길(이준기), 연산(정진영)이,
즐거운 인생에서는 기영(정진영), 성욱(김윤석), 혁수(김상호), 현준(장근석)이,
라디오 스타에서는 최곤(박중훈), 박민수(안성기)가 그러했습니다.

더 깊이 들어가면 황산벌도 그랬구요.


이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도 이준익 감독의 특성인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등장인물의 꿈에 대한 이야기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난 이 꿈을 깨고 싶지 않소.." - 이몽학 역(차승원)


대동계의 수장 이몽학.
썩어빠진 세상을 뒤엎고, 스스로 왕이 되고자 하는 그..

동지와의 우정도,
오래된 연인과의 사랑도.. 버린채,
그가 이루기 위한 꿈을 향해 궁으로 달려가는데..

"몽학아, 아니여... 이건 모두가 죽는 꿈이여.." - 황정학 역(황정민)


이몽학과 함께 대동계를 만든 전설의 맹인 검객, 황정학

이몽학에게 친구를 잃은 그..
복수를 위해 이몽학의 길을 막아서지만 차마 그를 베지 못하는 황정학.

"지는 해를 쫒아가는 것이 구름이었던가, 달이었던가?"

평등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그의 꿈
"구름이었던가, 달이었던가?"

"당신 꿈에는 내가 없지? 내 꿈에는.... 당신이 있는데..." - 백지 역(한지혜)


오래된 이몽학의 연인, 백지
자신의 꿈을 찾아간 남자, 이몽학을 찾아 길을 떠나는 그녀.
그리고 꿈을 이루지 못한 남자, 죽어가는 이몽학을 감싸안는 그녀

"엇갈린 우리 사랑 꿈에라도 보고 싶어.. 꿈 속에서 만나요... 꿈 속에서..."

"나 !.. 꿈없는 개새끼..!" - 견자 역(백성현)


높은 양반의 서자로 태어나,
이름도 견(犬) 자(子)라고 스스로를 옮아매던 그, 견자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아버지의 사랑,
그리고 아버지를 죽인 이몽학에 대한 복수를 하고자 황정학을 따라나서는 그

꿈을 꿀 수 없었던, 그의 배경
꿈이 없어 이길 수 없었던, 아버지의 원수.

이렇게 훌륭한 캐릭터들이 있지만, 전작에 비해 조금은 아쉬운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위 4명의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구조 입니다.

그리고 캐릭터들을 잘 버무려, 훌륭한 이야기로 만들어 내는 것이 이준익 감독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러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는 그 강점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캐릭터마다 이야기가 따로 놀고 있으며,
특히 백지(한지혜)는 이 영화에서 꼭 필요한 인물이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캐릭터 하나하나를 떼어놓고 보면 그럴싸한 이야기 구조를 가진 영화인데,
캐릭터를 합해서 하나의 영화로 만들어 놓고 보니, 이것도 저것도 아닌 영화가 되었다고나 할까요?


이몽학과 황정학의 화려한 액션도 조금 있고,
이몽학과 백지의 로맨스도 조금 있고,
황정학과 견자의 로드무비 성격도 조금 있는...

그러나 무엇도 확실하지 않은 영화가 되어 버렸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캐릭터를 가장 잘 살리는 감독 "이준익"감독의 작품이라는게..
더 아쉽게 만드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준익"이라는 브랜드를 떼어 놓고 보면
이 영화는 그런대로 봐줄만 합니다. 어느면에서는 매우 잘 만들어졌습니다.

와이어 없이도 이렇게 훌륭한 액션 그림을 잡아 낼 수 있구나라던가..
감칠만나는 대사들.. 그리고 연기자들의 훌륭한 연기까지..
(백성현군과 한지혜양은 두 기라성 같은 배우 황정민과 차승원에 비해 조금 모지랐지만 말이죠..)


그러나 "이준익"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이 영화를 골랐다면,
조금은 실망스럽네요. 곧 멋진 작품으로 돌아오시기를 기대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