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게 되는 것

수 많은 우리의 이야기, "카스테라" - 박민규 단편소설

돌스&규스 2011. 8. 24. 16:01




















"결국 인간이 없었다면,
나는 소설 같은 건 쓸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같은 이유로,
이 한 조각의 빵을 당신에가 바친다."

카스테라
- 박민규 작가의 말 중 -


2003년부터 2005년 사이 한국문학, 창작과 비평 등 여러 문학지에 실렸던 단편 소설



카스테라는 단편 소설집입니다.

박민규 작가가
문학동네, 세계의 문학, 창작과 비평, 문학과 사회, 한국문학, 문학수첩, 실천문학 등에
이미 발표했던 작품이죠.

국내 유수의 문학잡지에 이미 소개되어서 그런지,
"카스테라"에 담겨있는 단편 소설 그 어느것 하나도 뒤지지 않습니다.



있을 법한 캐릭터에 판타지적인 상상을 바탕으로 한 문학적 소설



박민규 작가의 작품을 모두 읽어 본 것은 아니지만,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지구 영웅 전설"의 장편을
읽어 본 저로서는

단편 "카스테라"에서 느낌 감정이 조금 달랐습니다.

읽는 도중과 읽고 난후의 느낌이 비슷했던 장편과 달리
단편은 읽는 도중과 읽고 난 후의 여운이 묘하게 달랐다고 할까요.

기존에 접했던 장편과 동일 선상인거 같은데,
읽고 나면 여운이 묘하게 다른 그의 단편 "카스테라"..

그의 단편을 다 읽고 책을 덮고 나면,
가슴을 누르는 묘한게 생기더군요.




총 10편의 단편, 그 속의 주인공은 모두 "나"



"카스테라"에는 총 10편의 단편이 담겨 있습니다.

모두가 다른 이야기인 단편인셈이죠.
그러나 등장하는 주인공은 모두 "나"이고, 남자이며, 대학생 또는 취업 준비생입니다.

아버지 사업이 망한 "나"이거나,
집안이 어려워 너무 일찍 철이 들어 버린 "나"이거나,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나"입니다.

이 개개의 주인공들은
현재 우리나라를 살아가는 청춘이며,
이 주인공 이야기들이 합해져 우리나라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됩니다.




현실에 있을 수 없는 판타지를 더하다.



충분히 우리 주위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주인공들이 겪어 내는 이야기는 가히 상상을 초월합니다.

지저분하고 해가 되는 모든 것을 냉장고에 넣거나,
(심지어 맥도날드, 중국, 부모님까지 냉장고에 넣습니다.)
오리배를 타고 세계를 날라다니거나,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우주 여행을 떠나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젊음의 암담함, 절망, 외로움에 섞여 훌륭한 이야기로 태어납니다.





소설가 이외수님의 추천사를 옮겨드리자면,



대한민국 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신선하고 충격적인 사건 하나를 지목하라고 한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박민규라는 작가의 출현을 지목하겠다.

그 이유가 궁금한 사람은 금세기에 이르러 순수문학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거나
아직 박민규의 소설을 간파할 만한 안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일 것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 말에 의구심을 표명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날 레게머리를 치렁치렁 늘어뜨린 사내 하나가 달밤에 커다란 개복치를 타고 와서
그대에게 암호를 묻는다면, 바로 이놈이구나, 하고 내 말을 상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대는 암호를 말할 수 있을까. 없을 것이다.
어쩌면 그대는 화를 내면서 그 레게머리의 사내에게 엽총을 들이밀지도 모른다.
그러면 끝장이다.

그는 혼잣소리로, 그러거나 말거나, 라고 중얼거리면서
그대를 냉장고 속에 처넣어버리고 말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암호를 가르쳐줄 수는 없다.

암호를 가르쳐주면 나도 냉장고 속에 처넣어져 카스테라로 변해버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이외수 -




장난끼 가득한 문체, 그러나 진심이 더욱 가득찬 속 뜻..



이 단편소설은 읽다보면,
슬렁슬렁 넘어가기 쉽습니다.

적당한 문장 길이에다가 쉬운 단어로.. 거기에 구어체인 이 소설은
쉽게 쉽게 읽게 됩니다.

그러나 그 쉬움에 중요한 포인트를 가끔 놓치게 될때가 있습니다.
조금 더 생각하고 읽으면 풍부해질 수 있는데,
쉽게 읽혀지고, 쉽게 읽을 수 있어 그 부분을 놓치게 되는 것이죠.

이 소설을 읽으실 계획이시라면,
조금은 진중하게 접근 해 보시기 바랍니다.(아~ 저는 실패 했답니다.)


그리고, 예전에 박민규 작가의 다른 포스트를 써 둔게 있으니,
이 작가에 관심이 있다면, 같이 읽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