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게 되는 것

우리 아버지 이야기, 허삼관 매혈기 - 위화 장편소설

돌스&규스 2011. 7. 20. 08:21



















 

아버지의 피로 자라온 우리들의 이야기

허삼관 매(賣)혈(血)기
- 위화 장편소설 -




여기 허삼관이라는 사내가 있습니다.



13살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다른 남자와 눈 맞어 도망가버려 홀로 된 아이.

혼자 살수 없어,
할아버지를 찾으로 떠난 길에,
길을 잃어 눈 앞이 캄캄해졌던 아이..

우연히 넷째 삼촌을 만나,
목숨을 건지고, 할아버지 집에서 큰 아이..

이런 어린시절을 보내고,
어른이 된 지금은 생사공장에서 누에고치를 배달하는 일을 하는
허삼관이라는 사내가 있습니다




허삼관, 처음으로 피를 팔다.



때는 1950년 후반대의 중국..

농사를 짓든, 공장에서 일을 해서는..
굶어 죽지는 않을 수 있으나,

큰 돈이 들어가는
결혼이나, 집을 짓기 위해서는
피를 팔아 돈을 모아야 했던 시기..

허삼관은 우연한 길에
처음으로 피를 팔게 됩니다.




피를 팔기전에, 그리고 피를 판 후에 치뤄야 하는 의식



피를 팔기 전에는
물을 여덞 사발을 마셔, 최대한 피를 묽게 해야 합니다.

이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힘에는 두가지가 있는데,
잠을 자거나, 밥을 먹거나,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 쓰는 힘은 "살의 힘"이고,
백여 근쯤 되는 짐을 지고 먼 거리를 이동할 때 쓰는 힘은 "피의 힘"이기 때문입니다.

최대한 피를 아끼기 위해
피를 뽑기 전에 피를 묽게해서 힘을 아끼려는 것이죠.

피를 뽑고 난 후에는
"돼지 간 볶음"과 "데운 황주" 두 잔을 마셔야 하는데,
이러한 이유 역시 돼지 간 볶음은 보혈 작용을 하고,
황주는 혈액 순환을 돕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장 유의해서 지켜야 될 점은
한번 피를 뽑으면 최소 세달동안은 피를 뽑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워지거든요.

이런 수칙을 지켜 처음 피를 팔어 번 돈으로
허삼관은 평소 마음에 두고 있는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됩니다.




허삼관, 피를 팔아 가족을 지키다.



아내를 위해 피를 팔고,
가뭄으로 굶고 있는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피를 팔고,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던 여인을 위해 피를 팔고,
아이의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피를 파는 허삼관,

그리고 아이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최소 세달의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4~5일 단위로 피를 파는 허삼관.


이 소설은 제목 그대로
허삼관이 피를 파는 이야기 입니다.

자신의 씨가 아닌 다른 남자의 씨로 태어난 첫째 아들을 위해서,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하는 아내를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피를 파는 이야기인 셈이죠.




허삼관, 그에게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 그리고 우리 아버지의 이야기.


허삼관이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오직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자신의 피를 파는 길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씨가 아닌 첫째 아들을 위해서
피를 파는 것은 아깝다고 생각해서
첫째 아들을 차별하기도 하고

자신에게 해를 입히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웃에게는 치졸한 복수를 다짐하는
평범한 아저씨에다가,

자신의 삶에 어떠한 역사, 문화적 충격이 다가와도,
묵묵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일반적인 소시민일 뿐이죠.

그러나 가족을 위해서 언제든지 자신의 목숨과도 같은 피를 내 놓는 허삼관,

그의 이야기는
평범하고, 때로는 소심하지만
우리를 위해서는 한평생 피를 팔아오신,
우리 아버지의 이야기 입니다.

결국 본인을 위한 인생을 살지 못하는..
우리 아버지의 이야기..




미처 알지 못했던, 중국의 작가 위화



중국 소설은 조금 낯설게 느껴집니다.
중국 소설하면 고전만 생각나거든요.

저도 고전이 아닌 중국 소설을 읽어본게 거의 처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위화 작가는 중국 최고의 작가로 불리우며,
이 작가의 다른 작품 "살아간다는 것"은 장이모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되어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 "허삼관 매혈기" 역시 중국에서는 책뿐이 아니라 연극으로도 상영되고 있으며,
프랑스, 이태리에서도 많이 읽히고 있다고 합니다.




위화가 이야기 하는 "허삼관 매혈기"



가능할까?



야곱 알만스의 일개 백성도
장미와 같이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이
죽어갈 수 있을까?

"허삼관 매혈기" 한국어판 서문에 실려있는 위화 작가의 서문은
위와 같은 글로 시작합니다.

장미와 같이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이
죽음에서는 평등하고자 했던 이 시 처럼,

위화 작가의 허삼관 매혈기도 평등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똑같이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의 이야기..

그러나 결국 불평등으로 끝나는 이 소설의 끝은..
똑같이 자식을 키우지만,
누군가는 피를 팔아야 자식을 키울수 있고,
누군가는 피를 팔러온 사람을 관리하면서 키울수 있는 불평등과..

내리 사랑으로 인해
언제나 불평등일 수밖에 없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로 끝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