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게 되는 것

박인환 시인 - 목마와 숙녀, 벽

돌스&규스 2013. 9. 9. 09:40



















이제 정말 여름이 다가고 

가을이 오려나 봅니다.


비가 올때마다

날이 조금씩 차가워지는 것 같고,


바람이 불때마다

왠지 하늘을 올라다 보게 되는게,

가을이 온다는 징조이겠지요.


계절이 바뀐다는 것이,

나이를 한살 더 먹어간다는 느낌에 그리 반갑지는 않지만,


너무 덥고, 습했던

여름을 보낸다는 즐거움은 있네요.


이런 느낌이 들어

오늘은 책장 속에서 오래된 책을 꺼내 보았습니다.


지금도 교과서에 실려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학교에 다닐때에 교과서에 실렸던

시인의 시집을 발견하고

읽게 되었네요.




박인환 시인에 대해

책 소개에 있는 내용을 옮겨봐드리자면,


"박인환은 1926년 강원도 인제에서 출생하여

해방과 함께 평양의전을 중퇴하였다.


1946년 "국제신보"에 "거리"를 발표하고 등단했으며,

"후반기" 동인으로

김경린, 김수영, 양병식, 임호권과 동인지 "신시론(1948)"과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1949)"과

"박인환 시선집(1955)를 간행하였다.


자유신문사, 경향신문사, 대한해운공사에서 근무했으며,

1956년 작고 후 시집 "목마와 숙녀(1976)"와 

"박인환 전집(1986)"이 간행되었다.



박인환 시 중에 오늘 제가 읽었던

두편의 시를 소개 해 드리면서

오늘 포스트는 마무리할까 합니다.




목마와 숙녀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그것은 분명히 어제의 것이다.
나와는 관련이 없는 것이다.
우리들이 헤어질 때에
그것은 너무도 무정하였다.

하루 종일 나는 그것과 만난다.
피하면 피할수록
더욱 접근하는 것
그것은 어무도 불길을 상징하고 있다.
옛날 그 위에 명화가 그려졌다 하여
즐거워하던 예술가들은
모조리 죽었다.

지금 거기엔 파리와
아무도 읽지 않고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격문과 정치 포스터가 붙어 있을 뿐
나와는 아무 인연이 없다.

그것은 감성도 이성도 잃은
멸망의 그림자
그것은 문명과 진화를 장해하는
사탄의 사도
나는 그것이 보기 싫다.
그것이 밤낮으로
나를 가로막기 때문에
나는 한 점의 피도 없이
말라버리고
여왕이 부르시는 노래와
나의 이름도 듣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