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게 되는 것

고양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 묘한 고양이 쿠로

돌스&규스 2011. 6. 20. 09:27


















 


묘(猫)한 고양이 쿠로는 의인화된 고양이 이야기나 혹은 사람이 보는 관점의
고양이 이야기가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고양이 쿠로의 눈으로 묘사된 만화예요.

고양이의 눈으로 바라본 길고양이들, 까마귀같은 여타 생물들과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워낙 고양이를 좋아해서 처음 이 책을 골랐을 땐 귀여운 그림체 때문에
아기자기하고 코믹한 만화인 줄 알았는데
1권을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그저 유쾌한 고양이 얘기만은 아닌걸 알았어요.

일반 평범한 가정집에 태어난 쿠로는
형과 동생들 틈사이에서 젖을 다투며
평온한 날을 보내고 있었지만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형은 다른 집에 입양을 가 버리고
쿠로는 동생들 두명과 박스에 넣어져 버림을 받습니다.

다행히도 맘씨 좋은 동네 아저씨 "수염"에게 구출되지만
막내동생은 박스 속에서 이미 죽었고
여동생 "칭코"와 "쿠로"만 "수염"집으로 와
같이 살며 겪는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소심하고도 호기심 많은 쿠로는 이 작은 동네에서 어슬렁거리며 세상과 마주합니다.

그 세상 속에는 보스 마사루 형님, 엄마고양이를 차에 잃은 오렌지,
오렌지의 여동생 마다라와 남동생 하이히로 등
많은 들고양이들도 있고
오렌지를 입양한 여우여인, 동네의 악동이지만 사실은 고양이를 무척 좋아하는 메라부,
우연히 만나 멸치를 얻어먹게 된 대마인 등
여러 사람 군상들도 있어요.

이 만화는 여러 생물들과 어울리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쿠로의 성장기이기도 하구요
길냥이들에게 가혹한 길거리 생활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쿠로의 시선이기도 합니다.

겉으로는 평화롭게 보이는 이 동네도 실상을 들여다보면
길냥이들에게 그렇게 녹녹한 곳이 아니거든요

때론 오렌지의 엄마처럼 차에 치여 목숨을 잃기도 하고
먹이를 구걸하는 게 뜻대로 되지 않기도 하며
때론 동네 어린아이들의 몹쓸 장난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가끔은 떠나간 가족을 그리워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쿠로에게는 씩씩한 여장부같은 "칭코" 가 있으며
하인처럼 마구 부려먹기도 하는 "수염" 이 옆에 있어서 그렇게 위험하거나 고되보이지 않아요.
심지어는 "수염"과는 엄마와 다시 만날때까지 같이 살아주기로 하는 것 뿐인걸요.

먹이를 내놓으라고 닥달하는 쿠로와 칭코도 너무 당당해서 웃기고 사랑스럽죠.



재미있어 보이는 일(청소)하는 "수염"을 가지고 놀기도 하구요.
웃긴 장면도 많습니다.




낮과 밤이 공존하듯 인생에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혼재되어 있음을
이렇게 작은 고양이 쿠로는
자기의 생활 속에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분께는 필독도서!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읽으면
고양이라는 신기한 동물을 어느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그런 만화!

독특한 그림체가 눈을 끌고,
가벼워보이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감동을 주는 만화
"묘한 고양이 쿠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