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게 되는 것

알아야만 하는 불편한 진실, 공지영 장편소설 도가니

돌스&규스 2010. 7. 7. 12:10













꼭 알아야만 하는 불편한 진실

공지영 장편소설 도가니



누군가 거짓말을 하면 세상이라는 호수에 검은 잉크가 떨어져내린 것처럼

그 주변이 물들어버린다.

그것이 다시 본래의 맑음을 찾을 때까지

그 거짓말의 만 배쯤의 순결한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가진자가 가진 것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에너지는

가지지 못한 자가 그것을 빼앗고 싶어하는 에너지의 두배라고 한다.

 

 

가진 자는 가진 것의 쾌락과 가지지 못한 것의 공포를

둘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진 자들이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거짓말의 합창은

 

 

그러니까 엄창난 양의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어서 맑은 하늘에 천둥과 번개를

부를 정도의 힘을 충분히 가진 것이었다.

 

 

서유진은 안개 낀 거리를 바라보며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말했다.

 

"세상 같은 거 바꾸고 싶은 마음 아버지 돌아가시면서 다 접었어요.

난 그들이 나를 바꾸지 못하게 하려고 싸우는 거에요."

 

 

 

 





 <<  작가 공지영  >>

 

1988년 창작과 비평에 단편 '동트는 새벽'을 발표하면서 등단

그 후 '더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고등어', '착한여자' 등을 출간

 

21세기 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앰네스티 언론상 특별상, 카톨릭문학상 등을 수상

 

 

 







<<  작가의 말 中  >>

 

이 소설을 처음 구상하게 된 것은 어떤 신문기사 한 줄 때문이었다.

그것은 마지막 선고공판이 있던 날의 법정 풍경을 그린 젊은 인턴 기자의 스케치 기사였다.

 

그 마지막 구절은 아마도

"집행유예로 석방되는 그들의 가벼운 형량이 수화로 통역되는 순간

법정은 청각장애인들이 내는 알 수 없는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였던 것 같다.

 

그 순간 나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그들의 비명소리를 들은 듯했고

가시에 찔린 듯 아파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동안 준비해오던 다른 소설을 더 써나갈 수가 없었다. 그 한줄의 글이 내 생의 1년,

혹은  그 이상을 그때 이미 점령했던 것이다.

 








 

<<    공지영 장편소설 '도가니' 론  中  >>

창작과 비평 2009년 가을호, 정혜경 문학평론

 

 

교장에게 성추행당한 창각장애아 연두의 신고를 기점으로 청각장애아 두명의 의문사와

유리, 연두, 민수 등에게 가해진 성폭력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은 "침묵의 카르텔",

혹은 세련된 합리화 뒤에 숨겨진 권력의 잔인한 네트워크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청각장애아들을 위해 교육사업이란 명목으로 40억 이상을 수령하고도 아이들의 복지사업은 커녕

그들을 성적으로 학대해온 자애학원 교장과 행정실장, 생활지도사의 만행은

장애와 가난을 볼모로 한 착취이다.

 

 

작가는 이것이 개인적 차원의 폭력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들어내기 위해

학교, 경찰, 검찰, 교육청, 시청, 병원, 변호사, 판사, 교회 등에 이르는 거대한 기득권층의 권력 담합현장을

세세히 그려내고 있다.

 

 

작가의 입담과 에피쏘드 배치의 묘미가 결합해 속도감을 내면서 기득권층의 위선이 폭로된다.

 

 

자기 자리를 고수하기 위해 거짓 증언을 하는 동료교사,

좀처럼 수사를 시작하지 않는 담당형사, 서로 자기 관할이 아니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교육청과 시청,

지연으로 유착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각기 다른 진술서를 쓰는 산부인과 의사,

전관예우를 통해 공소사건을 해결하려 드는 변호사,

성폭행 사실이 입증됐는데도 교장 형제의 과거 공적이라는 것에 손을 들어줌으로써 집행유예 판결을 내리는 판사 등

 

 

그들의 위선적인 진술은 공판을 전후로 하여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특히 교장과 행정실장이 집사로 활동하는 교회에서 행해지는 목사의 설교는 이익집단으로

전락해버린 교회가 타락한 윤리를 어떻게 재생산해내는지 잘 보여준다.

 

 

이것이 가장 낮은 자리에서 인간의 구원을 찾는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졌다는 점에서

기득권층의 횡포는 더욱 증폭된다.

 

 

 

 

 

 

 

 

 

               PS              

 

 

꼭 알아야만 하는, 꼭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불편한 진실을 다룬 소설 도가니

 

이 책을 읽으면 대체적으로 분노, 슬픔, 안타까움의 감정을 느끼게 되나 봅니다.

 

 

그 곳에서 딱 한발자국만 더 나가보면,

 

' 침묵의 카르텔'에 '진실의 외침'을 전달하고 있는 전교조에 대한 억압

전관 예우, 스폰서 검사 등으로 신뢰할 수 없는 법조계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고 있는 종교계

 

 

이 기득권층들에 대한 꼭 알아야만 하는 그러나 쉽게 알수는 없는 진실에 대한 문제

 

날 바꾸지 못하게 하려고 싸우는 힘

그건 사회에 대한 애정어린 관심일지도

 

 

도가니
국내도서>소설
저자 : 공지영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09.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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