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게 되는 것

막장가족의 유쾌한 드라마, 고령화 가족 - 천명관

돌스&규스 2010. 12. 17. 12:22


















"묘사보다 서사성, 플롯을 중시하는
내게 소설이란 마지막 장면으로 가는 과정 진술이다."
천명관 - 고령화 가족 -


동네에서 좀 노는 형이 들려주는 가족 이야기 같은 소설 "고령화 가족"



일단 이 소설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재미있다. 그것도 엄청나게~"으로 정리 될 거 같네요.

활자로 읽는 소설이라는 느낌이 안 들 정도로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동네에서 좀 놀면서 이야기를 아주 재미나게 하는 형과 포장마차에 둘러앉아,
그 형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마음을 온통 뺏기는 그런 기분 입니다.

사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
저는 요즘 심각하게 책을 읽지 못하는 슬럼프에 빠져 있었답니다.

새책을 집어도 열장 넘기기가 힘든.. 그런 슬럼프..
책안에 단어들은 각기 다른 뜻으로 해석되고,
책안에 시선을 두고 있어도, 머리로는 다른 생각만 하게 되는.. 심각한 집중력 저하 현상을 보이면서 말이죠.

이런 슬럼프에 빠져 있던 제가..
늦은 저녁에 잠을 청하려고.. 이 책을 펼쳐들었는데..
읽는 도중 목이 말라도 참고,
와이프가 책 읽기를 방해하는 TV 오락 프로그램을 봐도 시선 한번 뺏기지 않은채..
끝까지 읽게 된 소설.. "고령화 가족"



동네에서 좀 노는 형과 비슷한 이미지의 작가 "천명관"



인간의 길들여진 상상을 파괴하는 이야기의 괴물을 만드는, 소설계의 프랑켄슈타인

1964년 경기 용인 출생.

골프숍의 점원, 보험회사 영업사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서른이 넘어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영화 "미스터 맘마"의 극장 입회인으로 시작해 영화사 직원을 거쳐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영화 "총잡이", "북경반점" 등의 시나리오는 영화화 되기도 했으며,
영화화 되지 못한 시나리오도 다수 있다.

연출의 꿈이 있어 시나리오를 들고 오랫동안 충무로의 낭인으로 떠돌았으나
사십이 될 때까지 영화 한편 만들지 못했다.

최종적으로 준비하던 영화가 엎어진 마흠 즈음,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어 동생의 권유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Yes24 저자 소개 참조

천명관 작가를 개인적으로 아는 것은 아닙니다.
제목에 동네에 조금 노는 형과 같은 이미지는 제가 이 분의 소설을 읽고,
제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이미지인 셈이죠.

그러나 천명관 작가의 소설, "고래", "고령화 가족" 2편을 읽어본 저의 느낌은
딱 이야기 정말 재미있게 하는 "동네에서 좀 노는 형" 이미지 입니다.

이 분이 이 포스트를 읽으실 일은 없겠지만,
기분이 나쁘시려나.. ㅎ

노파심에 말을 좀 덧붙이자면, 나쁜 느낌의 동네에서 노는 형이 아닌,
나쁜일에는 무쟈게 서투르고,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나는 그런 형 말입니다.



소설을 읽는 내내 "아~ 어떻해~!!"를 연발하게 되는 고령화 가족



이 소설은,
영화 감독 "나"가 풀어가는 이야기 입니다.

"전화번호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더라도 이보다 더 못할 수는 없다."라는 평을 받은
주인공 "나"의 첫번째 영화가 처참히 실해하고..

십여년간 다시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지만,
모든 것에 다 실패한 48세의 주인공..

이 주인공이 엄마네 집에 얹혀 살기 시작하면서 이 소설은 시작합니다.
물론 엄마네 집에 먼저 얹혀 살고 있던 미성년자 성추행범인 52세 형과,
두번째 이혼을 하고 엄마네 집으로 들어온 여동생과 함께 말이죠.

다 무너져 내릴 듯한 24평짜리 연립주택에
엄마, 형, 나, 여동생, 여동생의 딸..
이 다섯식구가 살면서 펼쳐지는 유쾌하고, 미스테리하며, 가슴 찡한 이야기..



어떤 가족이라 해도 그 중심에는 엄마가 있다.



"언제나 텅 비어 있는 컴컴한 부엌에서 우리의 모든 끼니를 마련해준 엄마에게.."
이 소설은 이 문장을 시작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소설을 끝까지 읽게 되면
이 문장의 뜻을 알게 되지요.

고령화 가족은 제목에도 있다시피,
가족 그리고 엄마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때로는 사회에서 버림받은 실패자가 된다하여도,
때로는 사회에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된다하여도,
때로는 누구도 이해해주지 않는 사랑을 한다하여도,

언제나 돌아갈수 있는 가족.. 그리고 엄마에 대한 이야기



가족을 소재로 했던 다른 소설과 비교 해 보면..



가족과 엄마에 대한 소설이었던
"엄마를 부탁해", "즐거운 나의 집"과 비교 해 보면..

위의 두 소설은 사건이 일어나고 소설속의 화자의 감정을 따라가며 감정이 정리되는 이야기라고 한다면,
천명관의 고령화 가족은 사건과 사건의 연속을 통해 결론을 제시하는 소설입니다.

즉, 엄마를 부탁해, 즐거운 나의 집은 내가 주인공이 되는 감정 이입이 강한 소설이라면,
고령화 가족은 남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듣다가 깨우치게 되는 소설이 되는 것이죠.

위의 가족, 엄마에 대한 소설 중 어떤 소설이 가장 좋았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그냥 웃겠습니다.."

다 훌륭하니까요..

놓치지 말고 꼭 읽어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플롯에 재미가 있는 소설이어서.. 줄거리, 내용 요약은 하지 않았으니 참조 해 주세요.



고령화 가족
국내도서>소설
저자 : 천명관
출판 : 문학동네 2010.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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