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게 되는 것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장편소설

돌스&규스 2010. 8. 25. 10:14




















독자의 감정을 잘 아는 작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엄마를 부탁해"에 가장 확실한 평가를 내린 "이적"

세상 모든 자식들의 원죄에 대한 이야기.
엄마에게 기대며 동시에 밀어낸 우리 자신의 이야기.

아직 늦지 않은 이들에겐 큰 깨달음이 되고,
이미 늦어버린 이들에겐 위로가 되는,

이 아픈 이야기...




사랑으로만 표현하기 어려운 명사 "엄마"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이 소설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그리고 잃어버렸던 엄마가,
소설속 주인공의 "엄마"에서, 우리 마음속의 "엄마"로 전이되는 순간
나도 모르는 눈물을 마주하게 됩니다.






작가가 소설의 맨 앞에 써 놓은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말이죠.




바라보는 시각마다 큰 사랑을 전해 주는 존재 "엄마"




단락마다 화자가 "나", "그", "당신", "너"로 바뀌면서,
우리는 엄마의 딸이 되었다가, 아들이 되었다가, 남편이 되기도 하면서..

엄마의 사랑은 매순간 변하지만, 사랑의 크기는 변하지 않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가장 가슴 아펐던 것은
"엄마"가 화자가 되어서 말하던 그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소나무가 울창하구나."로 시작되는 부분..
딸과 아들, 남편이 들려주는 "엄마" 이야기가 아닌

"엄마"가 들려주는 "엄마 인생"의 이야기




저는 개인적으로 신경숙 작가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기 전 잠시, 방황의 시간을 가졌던 그 때

그때는 "책 대여점"이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돈이 별로 없는 저로서는 책을 사서 보기에는 조금 어려웠던 실정이었고,
그때에는 지금처럼 도서관이 동네마다 있지 않았거든요..

우연히 처음 신경숙 작가의 "깊은 슬픔"을 책 대여점에서 접하고,
이 작가가 쓴 책을 몽땅 섭렵하고,
다 읽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직장인이 되어서 이 작가의 책을 사들이기도 했었답니다.


전 이 작가의 감정선을 좋아합니다.
한참 슬퍼지다가, 거기서 여운을 남기고 다른 주제로 넘어가는 능력이 탁월하다고나 할까요?

초기 작품은 그렇게 매끄럽지 않지만,
2005년도 작품 "감자 먹는 사람들"부터 탁월해졌다고 할까요..

그냥 슬픈게 아니라, 공감되면서 슬프고,
계속 슬프기만 한게 아니라,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슬프기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엄마를 부탁해"에 나오는 "엄마"는 이 세상의 어머니와 닮아 있습니다.


식객의 허영만 화백이 그랬다죠
"세상의 모든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

자식이 없는 저로서는,
아직 다가갈 수 없는 사랑의 범위이겠지요. 감히 넘볼수도 없는 크기일테구요.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로 시작된 이 소설 역시..
그 크기를 헤아릴 수 없어 더욱 슬퍼지는 것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엄마를 잃어버린 지 구개월째다"로 마무리되는 에필로그에서 조차,
평생 우리를 위해 헌신해 온 "엄마"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엄마를 내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한번 바라보게 되는 소설입니다.
"잃어버리지 않게 말이죠.."


 

"엄마를 부탁해"에는 "엄마"도 있지만 "엄마의 인생"도 있습니다.


엄마라고 이름이 붙여진 자리..
자식과 남편을 위해 희생되어진 자리만의 이야기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엄마로 살기 전의 "엄마"의 인생
엄마로 살면서의 "엄마"의 인생..이

이 소설을 더욱 아련하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혹, 읽어 보셨나요. 읽어 보셨다면..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혹, 읽어 보지 않으셨다면.. 엄마와 함께 읽어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엄마를 부탁해
국내도서>소설
저자 : 신경숙
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0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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