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게 되는 것

울지마라, 눈물이 네 몸을 녹일 것이니. 이화경의 인도여행 산문집

돌스&규스 2010. 7. 29. 14:45























우연히 알게 된 소설가 이화경의 인도여행 산문집
"울지마라, 눈물이 네 몸을 녹일 것이니"

큰 기대없이, 인터넷 서점 온라인 카트에 담고
별 기다림 없이 박스를 개봉하고,

같이 함께 온 책들을 한번 훓어보고 난 뒤에야 집어들었던 책

그러나 책을 펼친 첫 페이지부터 지금의 내 감정과 너무 똑같아,
책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쉽게 내려 놓을 수 없었던 책입니다.




그 감정을 같이 느끼고자 부득이하게
책의 도입부를 조금 길게 인용할까 합니다.

"울고 싶은 재미에 하루를 살았다"



구스타프 말러가 그랬다지, 삶도 어둡고 죽음도 어둡다고.
그때 내가 딱 그랬어. 모든 게 막막하고 어두웠어.

그게 누구에게나 인생에 한 번쯤은 찾아온다는 데드라인이라는 것을 몰랐었지.
그때가 바로 내게 시시각각 다가온 '데드라인'의 시간이라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어.

이십 대엔 세상 모든 일이 다 가능할 것처럼 착각하다가
삼십 대에 이르면 느닷없이 친절한 시간들이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는 것을.

청춘을 바친 가족과 결혼과 일에 대한 의미와 가치가 뿌리 채
흔들리는 위기감을 느께게 된다는 것을 말이야.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발작과도 같은 싸움을 혼자 하면서,
나는 강해지기 보다는 약해졌고, 밖으로는 으르렁거리면서 안으로는 꺽꺽대며 울었어.

전의에 불타면서도 정작 허물어지는 자신의 내부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지.
나는 왜 그토록 쓸쓸하고도 외롭고 막가는 싸움을 한 것일까.

삶의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이 고장 났다면 그냥 버리면 될 일을 가지고 주저앉아 징징거린 걸까.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우아하게 엉덩이를 걷어 차주면 그만인 일을 가지고
왜 너는 내가 아니냐고 싸움을 했을까.



시작이 이렇듯 이 책은 인도 여행 안내서가 아닙니다.

어디론가 떠날 수 밖에 없었던 현실,
그게 본인의 나약함일수도, 지금 이 사회에 살고 있는 조금 다른 사람들의 별스러움일수도 있겠지만

젊음을 통째로 바쳐 일하던 분야를 버려야겠다고 생각한 올해 초
제가 느꼈던 감정이기도 합니다.

마치 데드라인처럼,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닌
시시각각 다가오는 데드라인처럼




어쩌면 작가는 살기 위해
인도를 선택했는지도 모를 일 입니다.





나는 나만 생각하는 지극히 이기적인 시간이 필요했다.
절대적으로, 절망적으로...




난 지금 굉장히 지쳐 있어, 발렌틴.
괴로운 생각만 했더니 완전히 지쳐버렸어.
당신은 잘 모를 테지만, 몸이 아파 견딜 수가 없어.

어디가 아픈데?

가슴 속, 그리고 목.... 슬픔은 왜 맨날 그런 데서 느껴지는 걸까?

-마누엘 피그, <거미 여인의 키스> 중에서


몸이 아파 견딜 수 없이 지치고 피곤하고 아팠다.
무엇보다 마음이 굉장히 슬펐다. 그때 누군가 내게 몸 어디가 아프냐고,
마음 어디가 슬프냐고 물어봤다면, 목, 그리고 가슴 속... 그리고 심장이라고 말해줬을텐데.

'거미 여인의 키스'에 나오는 몰리나처럼 대답 해 줬을텐데. 아무도 내게 물어보지 않았다.

권투시합으로 치면 내가 세상과 드잡이하며 싸운 건 겨우 3라운드 쯤 되는데,
제대로 한 방을 맞고 나가떨어지기 전에 그냥 그 쯤에서 그만 두고 싶은 마음이,
그 시절에는 굴뚝같았다.






시간이라는 뺨에 내리는 눈물방울, 타지마할




무굴제국의 황제가 미치도록 사랑했던 여자
그 여자와 죽으면서 했던 약속,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2만명의 장인과 기능공
22년간의 건축기간이 동원되어 지어진 타지마할

아침에는 분홍빛을 띠고, 저녁엔 우윳빛을 띠며, 달이 빚날 때면 황금빚을 띤다는 타지마할

 





울지 마라, 눈물이 네 몸을 녹일 것이니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이 산문은
'소금 시(詩) - 윤성학'에서 따온 것

로마 병사들은 소금 월급을 받았다.
소금을 얻기 위해 한 달을 싸웠고
소금으로 한 달을 살았다.

나는 소금 병정
한 달 동안 몸 안의 소금기를 내주고
월급을 받는다.

소금 방패를 들고
굵은 소금밭에서
넘어지지 않으려 버틴다.

소금기를 더 잘 씻어내기 위하여
한 달을 절어 있었다.

울지 마라
눈물이 너의 몸을 녹일 것이니.






잊으세요, 다 잊으세요





잊으세요
기억력이 좋은 당신, 잊기는 어렵겠지만

아침이 오면
빈 마당에 눈부신 꽃밭 가꾸세요.

꽃향기 춤추면
모든게 한날 꿈일 거에요

그때
나비 되어 놀러 갈게요

-장선우, <이별 2 中>







나무늘보의
삶을 따라가다





화요일이 토요일이고, 수요일이 일요일인 마을을 알고 있는지요.
화요일에는 강으로 나가 메기를 잡고,

수요일에는 시타르와 타블라를 연주하며 사랑 노래를
몇 시간이고 지치지 않고 불러대는 떠돌이 악사인 바울들.
그들이 연주하는 구성지고 흥겨운 가락에 마을 사람들도 장단을 맞추는 마을에 저는 살고 있습니다.







만트라, 마음을 수호하다






당신에게 준 제 마음이 여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지켜야 할 마음조차 없는데
텅 빈 마음이 아파 죽을 것 같습니다.

'당신은 왜 진흙탕 같은 제 가슴속 깊이에서
잔뿌리들을 거두어가질 않습니까'

-한승원-






삶에 지쳐 있을때,
때마침 인도에서 한국어 선생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떠나게 된 그녀

인도에 가기 위해서는 단 두가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버리는 일, 그리고 준비하지 않는 일

인도에 가본 적은 없지만,
그 곳도 사람 사는 곳이라,
생각만큼 여유롭고, 늘어지고, 철학적이지만 않고.. 
나름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하지만, 낯선 이방인이 되어 떠나게 되면..
적어도 날 다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는 않을까 ?


특히 이 책은 추천한 사람들이 맘에 꽤 든다.

먼저 임순례 감독의 추천사를 들어보면,

수많은 인도 여행기가 있지만
이 책은 인도의 공간과 사람을 들여다본 거주여행자의 촘촘한 현미경적 시선이 돋보인다.

방송인 김제동은
울어 보자, 눈물로 내 몸을 녹일 만큼
마음이 뜨겁지 않으면 눈물이 없다는 걸 알게 된 이즈음,
눈물도 힘이 된다는 소중한 길을 알려준 책입니다.
라고, 추천 했다고 하니.. 함 읽어 볼만 하지 않을까.


울지 마라, 눈물이 네 몸을 녹일 것이니
국내도서>여행
저자 : 이화경
출판 : 랜덤하우스 200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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