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게 되는 것

진심으로 알고자 한다면 "솔로몬의 반지"는 굳이 필요치 않았다.

돌스&규스 2010. 8. 6. 12:30










 








콘라트 로렌츠의 “솔로몬의 반지”


동물 이야기를 쓸 수 있기 위해서는 살아 있는 생명체에 대한 뜨겁고 순수한 느낌으로 충만되어 있어야 한다.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라고 인정하더라도, 우선 이 책이 살아 있는 동물에 대한 나의 사랑에서 나온것이 아니라
동물을 다룬 다른 책에 대한 분노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중략)

그것은 오늘날 모든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믿을 수 없을만큼 시원찮고 거짓된 수많은 동물 이야기에 대한 분노이고,
동물을 전혀 알지 못하면서 동물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자처하는 많은 글쟁이들에 대한 분노이다. .. (중략)

동물에 대해 한 권의 책을 쓰는데에 해당 사육협회의 자료만으로도 충분하다면 노장 헤크, 벵크 베르크,
파울 아이퍼, 어니스트 시튼 톰프슨, 배샤 크보네신 같은 연구가들은 바보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전 생애를 동물 연구에 바쳤기 때문이다.
그와 같이 무책임하게 쓰여진 동물 이야기들이 독자들에게,
특히 동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어떤 오류를 가져다 줄 것인지는
가히 짐작하기 쉽지 않다.

<변조는 예술적 표현의 합법적 자유>라고 항변하지 말라..(중략)

나는 자연과학자이지 예술가는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자유와 <형상화>를 결코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않을것이다.
어쨌든 독자들에게 동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려주는 데는, 자유는 필요하지 않고
엄격한 자연과학적 작업에서처럼 사실에 충실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유기체적인 자연의 진실이야말로 사랑스럽고 외경스러운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세부적이고 특이한 사항에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더욱 아름다워지는 것이다..(후략)


콘라트 로렌츠의 “솔로몬의 반지” 머리말 중에서






콘라트 로렌츠는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고 비교행동학의 창시자 가운데 한 명이며
동물행동학과 동물심리학의 세계 제일의 권위자였습니다.

이 책을 읽으려면 필히 콘라트 로렌츠가 이 책을 쓰게 된 이유인 머리말부터 정독해야 합니다.
동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찰이 없이
단지 동물에 대해 흥미로운 사실만을 다룬 책이나 속설들이
얼마나 동물에 대한 편견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이 책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잘 만든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느끼는 감동을 이 책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동물행동학자가 쓴 책이라 어렵고 딱딱할거라 생각했지만
콘라트 로렌츠는 문학에도 소질이 있던 듯,
무척 재미있는 문체로 흥미롭게 동물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에게 풀어주었습니다.

심지어 내가 평생을 가도 한번 마주칠까 말까 한 동물들까지도
무척 친숙하게 느껴질 정도로 ^^

이 책에서 재미있었던 부분은 갈가마귀 사회에 관한 얘기였는데
갈가마귀의 위계질서는 무척 보수적이라 한번 정해지면 계속 그대로 유지된다고 합니다.
갈가마귀의 1인자는 하위자에게 서열이 낮으면 낮을수록 부드럽고 친절하며,
하위자들끼리 싸움이 붙었을 경우에는 항상 약한 자의 편을 드는 원칙이 있다고 합니다.
강한 권력자가 싸움에 개입하여 서열이 낮은 사회구성원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한다고 하는데.. 진정 사람보다 나은 모습이 아닐까요?

책에서 진짜 소리내서 웃게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갈가마귀가 끌리는 상대에게 애정표현을 하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갈가마귀는 애정표현을 먹이를 상대의 입에 넣어주는 방법으로 표현을 하는데요.
작가와 친해졌던 갈가마귀는 작가의 입과 귀에 벌레를 가득 채워주는 방법으로
애정표현을 했다고 합니다.
작가는 차마 입을 매번 벌려줄 수 없어서 입을 안 벌리면 
갈가마귀는 짓이겨지고 갈가마귀 침이 섞인 뜨끈한 벌레 반죽을
작가의 귀에 가득 채워넣어줬다고 하네요.. 으엑..ㅋㅋㅋ
동물과 친해지는 건 정말 보통일이 아니었어요.
실제로 동물들과 친해지는 일은 엄청난 노력과 희생과 참을성이 따른다는 것을
작가는 초반에 서술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갈가마귀의 서열파괴와 삼각관계에 대한 얘기와,
물고기의 이성관계에 대한 배꼽잡는 이야기가 있는데 너무 길어 소개하기 힘드므로
꼭 책으로 읽어보시기 바래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동물과 사람과의 행동을 비교하며 생각하게 되었는데
아마도 그것이 책을 더 재미있게 해주는 요소가 아닌가 싶었어요.
그리고 전문적이지 않은 나같은 일반 사람도 동물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나마 깰 수 있었으니 작가는 기뻐할까요?

지혜로운 왕으로 잘 알려진 솔로몬왕이 짐승, 새, 물고기, 벌레와
솔로몬의 반지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하죠.
하지만 솔로몬 왕은 솔로몬의 반지가 없이는 아무리 친한 동물의 말도
결코 알아들을 수 없었다고 해요.
반면 진심으로 이해하고 알고자 하는 노력이 있다면
굳이 솔로몬의 반지를 가지지 않아도 소통할 수 있는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솔로몬의 반지
국내도서>자연과 과학
저자 : 콘라트로렌츠 / 김천혜역
출판 : 사이언스북스 2000.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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