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게 되는 것

여자의 사랑과 나이에 대한 감미로운 해석, 전경린 공명 산문집

돌스&규스 2010. 8. 11. 11:31





















여자는,
여성인 사람, Woman, Famale, Lady 등 다양한 연령대 호칭이 있다.

여자의 뇌는 언어구사 등 고급 인지능력에 할애된 부분에 신경세포가
더 빽빽이 들어차 있다.

여자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남자보다 더욱 광범한 지역에서 뇌의 신경세포 활동이 일어난다.

여자는 슬픈 상황을 접했을 때 우울한 느낌이 남성의 8배나 되는 뇌면적의
신경세포를 활성화한다.

말하거나 글을 읽는 속도가 남자보다 빠르다.

남자는 하등동물에게 발달되어 있는 부위인 감정을 통제하는 대뇌의 활동량이
유난히 활발하고 여자들은 언어와 제스처 같은
상징적 행동과 관계 있는 부위에서 두뇌활동이 왕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경린의 나비는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우거나
사회 부조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산문집은 아닙니다.


이 이야기는 여성에 대한 사랑,
그리고 여성의 나이에 대한 경건함을 담고 있습니다.





여자 나이 '스무 살'

스무 살이란 원래 막막하라고 있는 나이 같다.
확실한 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있는 나이....

어른들은 습관과 의무 속에서 살고 아이들은 충동과 잔소리 속에서 살며
스무 살의 나이는 몽상과 도주의 욕망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니 설사 막막할지라도 슬퍼할 필요는 없다. 스무 살의 권리이니까.

사랑이 시작되는 나이 스무 살

사람은 살아생전 자기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의 얼굴로
다시 태어난다고 한다.
지금의 얼굴은 전생에 가장 사랑했던 사람의 얼굴인 것이다.







여자 나이 '스물다섯'

스물다섯 살의 여자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결혼하는 여자와 여행하는 여자.

그것은 현실의 강박적 요구에 대한 역시 강박증적 욕망일 것이다.

스물다섯이란 나이가 주는 당연한 초조감도 한 몫을 한다.
친구들 중 절반쯤은 이런저런 일로 이 사회와 서먹해져 결혼을 해 사라진다.
그들은 최소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 할 때까지는 비사회적인 인간이 되어 잠수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사회와 의가 통하는 3분의 1쯤은 한창 물이 올라 자기 실현에 몸을 불사르기 시작한다.
전사처럼..

그런가 하면 생 자체의 결함을 일찌감치 맛보고 불교와 카톨릭으로 입문해 수행자가 되는 친구도 있다.
또 집시처럼 세계를 떠돌며 유희나 방관의 삶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

통틀어 결혼하는 여자와 여행하는 여자, 스물다섯 즈음...


사랑을 따라 순순히 몸을 내맡긴 뒤 벼랑 끝에 서있게 되는 나이 '스물다섯'

이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온 줄 몰랐어요.
당신 손을 잡고 당신 눈길을 따라가느라, 이렇게 높은 곳에 올려진 줄도 몰랐어요.

날개라도 달린 듯...

그런데, 당신은 없고 이렇게 높고 외딴곳에 나만 남겨졌어요.
세상은 나를 향해 일제히 불을 꺼버렸는데, 나 혼자 어떻게 내려가나요?

이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가 없는데,
내가 한 발도 못 움직일 거라는 거 당신도 알잖아요...







여자 나이 '서른 살'

서른을 넘긴 나는
어느 때보다도
아름답고 자율적이다.

나는 세속의 금들을 넘어서는 것에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서른이 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죄가 되는가 안 되는가는 오직 자신만이 선택할 수 있고
때로 죄책감 따윈 완전히 사양할 수도 있다.


사랑은 욕망의 순수한 증여라는 것을 알게되는 나이 '서른 살'

네 손이 닿을 때, 네 입김이 스칠 때 네 이빨이 파고들때...
그러나 나와 비슷하게 미지근한 허벅지, 마치 또 하나의 나의 손인 것 같은 너의 손,
붓털 같은 머리카락과 똑같은 음식 냄새의 여운을 가진 촉촉한 입술.

아, 비닐 같이 미끄럽기만 한 너의 몸.

우리는 이런 순간에 서로 지독하게 사랑한다는 것을 더 간절히 깨닫고
피를 섞은 근친상간처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그 사랑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서로에게 파고들기 위해 바둥거리지만 그것은 흡사 떨어져 나가려고 몸부림치는 필사적인 몸짓이기도 하다.

이미 네 속엔 내가 너무 많고, 내 속엔 네가 너무 많다.







여자 나이 '서른세 살'

여자나 남자, 혹은 아이나 노인,
섹스의 긴장이 없는 상대와 오후 내내 커다란 침대에서 뒹굴었으면 좋겠다.

옷을 입은 채로 서로의 목에 얼굴을 파묻고 몇 번이고 깨었다가 몇 번이고 다시 잠들었으면 좋겠다.

절대로 흥분하지 않고, 편안하게...

따뜻한 우유 몇 컵과 겨자와 감자와 피망을 많이 넣은 샐러드 한 접시와
토스트와 초코릿 세 조각만 먹어도 충분할 것이다.


진실된 사랑을 알게되는 나이 '서른세 살'

몸속의 진실을 다 보고도
우린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린 늙어서도,
아주 늙어서 참혹해진 뒤에도
사랑을 나누어야 한다.






여자 나이 '마흔 즈음'

더 젊어지기 위해 안간힘을 쓸 때 사람들은 묻는다.
더 젊어져서 무엇을 하려느냐고.

글쎄, 좀더 젊은 패션을 따를 수 있고 더 젊은 생각을 하고 더 젊은 문화를 누리고
더 먼 곳으로 여행을 하고 단념했던 무언가를 새삼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도 한 번쯤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말하자면 더 젊은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늙어가는 여자에겐 젊어지는 것 자체가 전력을 다해야 하는 과도한 목적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삶이며 동시에 맹목이다.


진정한 사랑은 이해가 아니라, 존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마흔 즈음

사랑이 영원한 것은 그 자신의 진실 때문이 아니라,
존재의 불가능성과 남루함, 그리고 상처 때문이다.

세상에는 진실보다 더 깊고 영원보다 더 먼 사랑이 있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들이 깊은 상처를 벌리며 끌어안게 되는 절대적인 사랑,
아직 다하지 못한 사랑이다.






Woman's Age, Woman's Life라는 영문 제목이 붙은
이 전경린의 공명 산문집 나비는

한번 읽고 책장에만 꽂아두기에는 아까운 책입니다.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갈때의 희망,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갈때의 막연한 불안감
아직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갈때 느끼게 될 또다른 감정

이때 느끼게 되는 두려움과 희망에 대해서
강요하지 않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죠.

강요하지 않는 '삶에 대한 공감'
이 책의 최고의 장점이 아닌가 싶네요.





또한 중간 중간 그림이 삽입되어 있는데,
그림을 그린 사람은 화가 이보름씨가 그린 것이라고 하네요.

나비 (개정판)
국내도서>소설
저자 : 전경린 / 이보름역
출판 : 늘푸른소나무 200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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